2017. 6. 6. 17:31
 


 "그러고보니.."

 쇼파에 반쯤 드러누운채 키드로서의 다음 계획을 짜던 카이토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반대편 끝에 다리를 꼰 채 앉아 책을 읽던 스바루가 손끝으로 턱을 톡톡 두드리며 문득 떠올랐단 듯 말을 이었다.

 "쿠도 군과 닮았다죠?"

 순간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금세 말의 뜻을 알아차렸다. 괴도 키드가 자주 변장하는 것이 쿠도 신이치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 들었나 보다. 카이토는 어깨를 으쓱이며 방금까지 짜놓았던 계획들을 다시 한번 되풀이해 떠올렸다가 지워냈다. 어딘가 기록을 해 남기는 실수는 하지 않는다. 카이토는 습관처럼 벤 손놀림으로 휴대폰의 검색 기록까지 모두 지워내곤 쇼파 한 구석에 던져둔 채 몸을 일으켜 바르게 앉았다.

 "닮은거 같아 보여요?"

 어차피 서로의 정체를 아는 사이니만큼 스스럼 없지만 그렇다고 콕 찍어 말하는 법이 없다. 어느샌가 두루뭉술한 대화법엔 서로가 익숙해져 있었다. 빼꼼 제 쪽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소년을 보며 스바루가 곤란하단 듯 웃었다.

 "실제로 쿠도 군을 만난적이 없어서 말이죠."
 "에이~ 어림짐작해 봐도?"

 둘 모두가 아는 꼬마를, 순간 떠올렸을 것이다. 흐음-, 생각에 잠긴 듯 팔장을 낀 채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던 스바루가 곧 다시 카이토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음, 고민한다.

 "역시 잘 모르겠네요. 얼굴 생김은 닮은 것도 같지만, 성격들을 알고 있어서 일까요. 전혀 다른 사람들 같아서 말이죠."

 좀 더 진지하게 잘 생각해 보라며 핀잔을 주려던 카이토는 이어지는 말들에 입을 다물었다. 닮았다 혹은 닮지 않았다의 대답만을 생각했던 것이 머쓱해져 볼을 긁적이며 스바루의 곁에 슬쩍 몸을 붙여 앉았다. 그러자 곧 커다란 손이 머리 위에 얹어져 쓰다듬어 온다. 쓰다듬는 손길이 퍽 부드럽고 기분 좋아서 카이토는 잠시 붙어앉은 몸에 제 몸을 기댔다.

 "대답이 맘에 들었나 보죠?"

 묻지 않아도 알고 있으면서. 놀리는 듯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물음에 카이토는 입을 삐죽였다. 그러다 다른 곤란한 질문이 떠올라서, 이번 대답은 짐작이 가지만 그럼에도 궁금해져서 카이토는 기댄 몸에 체중을 실어 좀 더 편하게 몸을 기대며 슬쩍 스바루를 돌아 보았다.

 "이건 좀 식상한 질문인데 말이죠. 만약 쿠도 신이치와 저, 둘 중 한명만 살릴 수 있다면. 어때요?"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어 보려는 듯 잠시 머무르다 금세 흩어졌다. 스바루가 정말 곤란하단 듯 한숨을 쉬었다. 짐작한 대로의 답이 나올 것 같다고 카이토는 생각했다.

 "연인에게 할만한 질문은 아닌 것 같네요."
 "말 돌리는거예요?"
 "어떤 대답을 원하죠? 진실? 아니면 듣기 좋은 말?"
 "적당히 둘 모두 섞어서?"

 적당히 넘어갈 생각임을 읽은 카이토가 자신도 적당히 맞춰주기로 했다. 괜한 질문을 했다 싶었지만 궁금한건 궁금한 거니까. 머리를 쓰다듬고 머무르던 손이 아래로 내려와 카이토의 얼굴을 감쌌다. 약하게 힘을 줘 고개를 젖혀내는 움직임에 맞춰 턱을 들자 기다렸단 듯 입술이 내려와 가볍게 맞닿는다. 소리없이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지만 얼굴이 멀어지진 않아서, 옅고 밝은색의 머리카락이며 도수 없는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시야 가득 들어왔다.

 "쿠로바 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죽을 것 같지 않아요."

 그건 명탐정도 마찬가지 일거 같은데,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자신의 생각보다 나쁘지 않는 대답에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눈 앞의 대학원생이라는 남자의 원래 직업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렇다면 범죄자인 자신보다 훨씬 도움되는 탐정을 택하리란 것 정도는 질문을 떠올린 시점에서 예상가능 했다. 카이토는 "당연하죠~" 자신만만하게 씨익 웃으며 대꾸하곤 고개를 좀 더 들어 다시 입술을 맞댔다. 쪽쪽쪽, 소리나게 버드키스를 하곤 만족스런 얼굴로 떨어지니 곧 커다란 양손이 카이토의 얼굴을 감싸고는 다시 입을 맞춰왔다.

 "어떻게든 살릴거고."

 감질나게 비벼오던 입술이 잠시 떨어져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말에 카이토가 잠시 동그랗게 뜬 눈으로 스바루를 바라보다 풋 웃음을 터트렸다.

 "네에네에~"
 "죽더라도 혼자 죽게 두진 않을테니까."
 "기왕이면 함께 살아갈테니까, 쪽이 좋겠어요."
 "..그래요, 그럼 그걸로."
 "..사기꾼. 거짓말쟁이에 완전, 도둑이네요. 사람 맘을 가지고 놀다니."
 "그 말들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어서 좀 억울할 지경이네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듣기 좋은 말인지, 전부 진실이었으면 싶다가도 전부 그저 듣기 좋은 말인 듯 해서 카이토는 더 생각하길 멈췄다. 어차피 생각하기 나름이고, 받아들이기 나름 아니겠는가. 바로 앞의 입술을 얄밉단듯 홀겨보며 깨물자 아야야,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곧 입술 새로 손가락이 파고들어왔기에 카이토는 깨물던 입술을 놓아주었다. 벌어진 입술 위로 깨물려 열이 몰린 입술이 다시 닿았다.

 이 모든 것이 진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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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IMØ(리모)